기술 발전과 예산 축소는 사내 법무팀이 외부 로펌과 협력하는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업무는 점차 내부로 흡수되는 반면, 외부 자문에게는 더 높은 전략적 가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역의 법무 책임자들은 이러한 협업 방식의 변화와 재정립 과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Sheryl Ubana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시아의 법률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기업 사내 법무팀이 기술 기반의 효율성과 외부 자문에 대한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리걸테크(LegalTech)의 확산, 그리고 예산 축소 흐름 속에서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는 점차 기업 내부로 흡수되는 추세다.

그러나 크로스보더 분쟁, 복잡한 규제 준수, 대형 거래 등 고난도 사안에서는 여전히 로펌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률 서비스의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사내 법무와 외부 자문의 역할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축소가 아닌 관계의 진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법률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사내 법무팀과 외부 로펌 간의 관계가 단순한 위임·수임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변화하고 있다. 외부 자문은 이제 단순한 법률 전문성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감각·민첩한 대응력·적응력까지 요구받고 있다.

각국 사내 법무 책임자들은 공통적으로 “로펌의 가치는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실용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사내 법무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까지 내다보는 능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로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끝났으며, 이제는 혁신과 달라진 고객 기대 속에서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의 SIG 그룹 아시아·태평양 북부 법무총괄인 Kenneth ZHOU는 “AI와 리걸테크 발전, 예산 축소로 인해 일상적 계약 검토나 자문은 점차 사내 혹은 AI를 통해 처리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Boeing 그룹 법무총괄 Akhil PRASAD는 “기업 수에 비해 로펌 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내 법무와 외부 로펌 간 협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이 바꾸는 역할 구도

태국의 LINE 컴퍼니 법무이사 Maprang SOMBATTHAI는 “혁신은 양측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사내 법무는 점점 자립적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 로펌은 복잡한 사안에서 자문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 Ocean Winds의 서인창 법무총괄은 “사내에서 AI 활용 역량이 높은 주니어 변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외부 의존도가 점차 줄고 있다”고 전했다. ZHOU 역시 “루틴 업무는 사내로 이동하고, 로펌은 고부가가치 복잡 사안에 집중하는 구조가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부회장 Roger CHAE는 “새로운 경쟁자는 전통적인 로펌이 아니라, SaaS 기업,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숙련된 인하우스 변호사를 보유하고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 결과물에 집중하고 있어, 법률 산업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국 DKSH의 지역 법무총괄 Sahachai WIBULOUTAI는 “혁신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이라며 “AI 도입은 보다 능동적이고 기술 기반의 법률 서비스 문화로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LegalOn Technologies 법무총괄 Mai KASUGA는 “AI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과거 외부 자문을 받아야 했던 사전 조사 작업을 이제 몇 분 만에 사내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복잡하지 않은 초기 단계 검토는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 시간과 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지만, 서 총괄은 과도한 의존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사실관계 누락으로 인한 불완전하거나 최적 이하의 분석, 그리고 AI가 사용자의 전제를 강화하거나 편향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SOMBATTHAI도 이러한 위험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외부 자문과의 협업에서 존재하는 구체적인 격차를 짚었다. 그는 “외부 로펌이 우리 비즈니스 중 특히 기술 관련 운영과 데이터 흐름을 더 깊이 이해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디지털과 기술 중심 산업에 속해 있으며, 많은 법무 및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플랫폼의 작동 방식—데이터가 어떻게 수집·전송·저장·공유되는지—와 이 과정이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규제와 어떻게 부합하거나, 때로는 충돌하는지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인하우스에 남는 것은?

기술과 외주가 법무 기능을 재편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업무 영역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계약 검토 및 협상, 컴플라이언스 조사, 개인정보 영향평가(PIA) 등이 꼽힌다.

ZHOU는 “계약은 사내 변호사가 가장 많이 다루는 업무이며,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외주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 Prudential Life Insurance의 Hideyuki SAKAMOTO도 계약 검토 등 일상적 업무를 내부에서 처리하며, “리걸테크 발전으로 보다 복잡한 사안까지 내부에서 다루게 됐다”고 전했다.

컴플라이언스 조사 역시 사내에서 신속히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ZHOU는 “핫라인을 통한 신고의 경우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안이 많아, 증거 수집과 인터뷰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Polynomial Partners의 법무 자문 Kat KUKREJA도 “상업 계약, 고용 및 컴플라이언스 사안을 가능하면 내부에서 직접 처리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영향평가도 사내로 이동하는 추세다. SOMBATTHAI는 “개인정보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법률적 판단이 중요한 개인정보 영향평가는 내부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ZHOU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사업 부서의 자문 요청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무가 자연스럽게 사내 법무로 이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 자문에 맡겨지는 업무

DKSH의 지역 법무총괄 WIBUTLAOUATAI는 “일상적 업무는 사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평판 리스크나 지역 간 이슈는 전문 로펌의 자문이 필요하다”며 “크로스보더 M&A, 반독점, 소송, 규제 전문 영역에서는 외부 로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분쟁 해결은 절차적 요구와 시간 소모가 크기 때문에 외부 위탁이 일반적이다. ZHOU는 “분쟁 해결은 전문 변호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OMBATTHAI 역시 “소송은 전문 지식과 전략적 접근, 지속적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 사내 법무팀의 일상적 업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Sony Electronics의 법무·준법감시 총괄 HO도 “소송은 시간과 전문성이 모두 많이 요구되는 업무로 외부 자문이 필수”라고 밝혔다. 일본 Prudential Life Insurance의 SAKAMOTO는 “소송과 복잡한 규제 준수 등 고난도 영역에서는 외부 로펌의 전문성이 법과 규제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ZHOU는 M&A와 같이 복잡도가 높은 프로젝트나 신규 법률 이슈는 대부분 외부에서 처리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Protelindo의 법무총괄 ACOSTA는 “새로운 규제나 산업 확장과 관련된 법률 검토는 외부 자문이 더 객관적이며, 우리 조직이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보완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하고 시간에 민감한 거래의 경우 외부 로펌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GUESS의 법무총괄 ACOSTA는 세무 및 회계 관련 업무를 정기적으로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그는 “감사 및 세무 관련 규제는 기술 발전과 ESG 트렌드 확산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외부 로펌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HO는 소송 외에도 고위험 사안이나 전문 인력이 필요한 이슈에서는 외부 로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법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도 Boeing의 그룹 법무총괄 PRASAD는 “인하우스 팀은 법원에서 직접 소송 대리를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외부 로펌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내 법무팀이 AI와 리걸테크를 통해 업무 범위를 넓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M&A, 복잡한 규제와 세무·회계 이슈 등 고난도 법률 영역에서는 여전히 외부 로펌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이는 단순한 의존이 아니라 전략적 분업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전략적 파트너 선정

루틴한 법무 업무가 점차 사내로 이동함에 따라, 외부 로펌 선정은 점점 더 전략적인 결정이 되고 있다. 단순한 법률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신뢰와 상황에 대한 이해, 전략적 통찰력, 시장에 대한 인식이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WIBUTLAOUATAI는 “좋은 로펌은 단순히 법 조항만 읊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실제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ACOSTA 역시 실용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뛰어난 변호사들은 우리의 리스크 수용 범위와 전략적 목표를 이해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자문뿐 아니라 현실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SOMBATTHAI는 시장 정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서 총괄은 “의뢰인의 리스크를 축소하거나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문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관련 사안에서 대부분의 로펌이 정공법이나 입법 로비만을 제안했을 때, 단 한 곳만이 법의 범위 안에서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단순한 법리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의도를 정교하게 분석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만든 로펌이 승리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Bruker의 법무총괄 CHOO는 “기술적 역량은 기본일 뿐이며, 진정한 가치는 상업적 이해도, 신속한 대응, 그리고 실질적 해결책 제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ZHOU는 신뢰가 모든 비즈니스 관계의 토대라고 강조하며, “한 번 선택한 로펌은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신뢰와 조직의 니즈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PRASAD는 “우리는 네트워킹이나 콘퍼런스에서 변호사를 만나거나, 그들이 작성한 논문과 기고문을 검토한다”며 “이런 활동은 전문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가시성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HO는 전문성, 경험, 대응 속도, 수임료를 주요 선택 기준으로 꼽으며 “로펌의 전문성뿐 아니라 과거 협업 경험, 업계 평판, 반응성, 그리고 비용까지 모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KUKREJA는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이해도가 더 맞춤형이고 실용적인 자문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고, IHCF의 CHAE는 전략적 문제 해결력을 중시하며 “외부 변호사는 법률적 통찰뿐 아니라 비즈니스 감각까지 활용해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괄은 개인적 친분보다 전문적 호흡과 업무 스타일, 민첩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분 늦은 완벽한 자문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회사의 인력 이동이나 워라밸 문제는 클라이언트의 관심사가 아니다. 기대치를 관리하지 못하면 고객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GUESS 그룹의 ACOSTA는 “훌륭한 외부 자문은 생각하는 머리와 말하는 입뿐 아니라, 듣는 귀와 느끼는 마음도 갖춰야 한다”고 정리했다.

다음 변화

다가올 변화를 내다보면, 로펌은 단순한 실행력을 넘어선 가치를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ZHOU는 사내 법무팀과 로펌이 협업해 법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의 전환을 전망했다.

필리핀의 ACOSTA는 기술이 협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활용 능력과 디지털 전환이 향후 사내 법무팀과 로펌 간의 협업 방식을 규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OMBATTHAI는 점점 더 다양화된 소싱 모델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내 법무팀이 민첩하고 전문성이 높은 로펌을 선호하면서, 맞춤형 자문과 신속한 대응, 유연한 협업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CHAE는 소송이나 컴플라이언스 조사는 여전히 외부 로펌이 맡게 되겠지만, “기술을 도입하고 경험 많은 변호사가 이를 검증하는 로펌이 앞으로 협업의 방식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SUGA는 “시간 단위 청구 방식으로 비용을 받는 로펌의 경우, 기업 고객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리걸테크 활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법률 기술을 적극 도입해 효율성을 보여주는 로펌은 특히 기업법 분야에서 선택의 전제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은 비용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고 외부 자문료 또한 예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OMBATTHAI는 기술이 법률 서비스의 형태를 바꾸고는 있지만, “혁신이 로펌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전략적이고 집중된 파트너십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많은 사내 법무 책임자들에게 있어 기술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단일 뿐, 신뢰할 수 있는 외부 로펌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있다.